
저자소개 - 손원평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강대학교에서 사회학과 철학을 공부했고 한국영화아카데미 영화과에서 영화 연출을 전공했다. 2001년 제6회 [씨네21] 영화평론상을 받았고, 2006년 제3회 과학기술 창작문예 공모에서 「순간을 믿어요」로 시나리오 시놉시스 부문을 수상했다. 「인간적으로 정이 안 가는 인간」, 「너의 의미」 등 다수의 단편영화 각본을 쓰고 연출했다. 첫 장편소설 『아몬드』로 제10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여 등단했다. 두 번째 장편소설 『서른의 반격』으로 제5회 제주4·3평화문학상을 수상했다. 이외 장편소설 『프리즘』, 소설집 『타인의 집』 등이 있다.
책소개 - 스포 포함

주인공 선윤재는 편도체가 작아 '감정 표현 불능증(알렉시티미아)'이라는 병을 가지고 있다. 감정을 못느끼기 때문에 사람들이 왜 기뻐하는지, 왜 슬퍼하는지, 왜 두려워하는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 편도체는 그 모양이 아몬드와 비슷하다하여 엄마는 아들이 낫길 바라는 마음에 항상 아몬드를 먹인다. 그래서 책 제목이 아몬드이다.
사람이 눈앞에서 아파하거나 죽어도 감정동요 없이 무표정인 윤재를 보며 사람들은 이상하다고 수군거렸고 엄마와 할멈은 상황에 따른 감정들, 즉 본능에 따른 규범들을 학습시키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남들이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한다고 해서 꼭 정해진 대응을 할 필요도 없는 게 아닐까. 모두 다르니까, 나같이 '정상에서 벗어난 반응'도 누군가에겐 정답에 속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 p.74
그러다 크리스마스이브 엄마와 할멈, 윤재는 외식을 하러 밖에 나갔고 그날 한 남자에게 할멈은 처참하게 살해당하고, 엄마는 흉기에 맞아 의식을 잃게 된다. 물론 그 순간에도 윤재는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혼자 살아가던 윤재에게 한 남자가 찾아오고 아내의 마지막 길에 13년 전 잃어버린 아들 연기를 해달라고 한다. 연기를 하고 난 후 장례식장에서 진짜 아들(곤이)과 마주치고, 곤이는 그때부터 윤재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아무리 괴롭혀도 표정 하나 없는 윤재에게 곤이는 쩔쩔매고 그렇게 둘의 우정이 시작된다.
나는 세상을 조금 더 이해하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내겐 곤이가 필요했다. - p.128
얼마 후 곤이는 투명한 플라스틱 통을 가지고 왔다. 어디서 구했는지 그 안에는 나비가 한 마리 들어 있었다. 날갯짓을 하기엔 통 안이 너무 좁은지 나비가 여기저기에 둔탁하게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이게 뭐야.
-공감교육.
...
-그만하라고 말했을 텐데. 생명을 갖고 장난치는 건 나쁜 거다.
-교과서처럼 나불대지 마. 말했잖아. 네가 정말로 뭘 느끼면 그때 놓아주겠다고. - p.154
텔레비전 화면 속에서 폭격에 두 다리와 한쪽 귀를 잃은 소년이 울고 있다. 지구 어딘가에서 일어나는 전쟁에 관한 뉴스다. 화면을 보고 있는 심 박사의 얼굴은 무표정하다. 내 인기척을 느낀 그가 고개를 돌렸다. 나를 보자 다정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내 시선은 미소 띤 박사의 얼굴 뒤로 떠오른 소년에게 향해 있었다. 나 같은 천치도 안다. 그 아이가 아파하고 있다는 걸. 끔찍하고 불행한 일로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는 걸.
하지만 묻지 않았다. 왜 웃고 있느냐고, 누군가는 저렇게 아파하고 있는데, 그 모습을 등지고 어떻게 당신은 웃을 수 있느냐고.
멀면 먼 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외면하고, 가까우면 가까운 대로 공포와 두려움이 너무 크다며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껴도 행동하지 않았고 공감한다면서 쉽게 잊었다. 내가 이해하는 한, 그건 진짜가 아니었다. 그렇게 살고 싶진 않았다. - p.244
그러다 곤이가 어디론가 사라지게 되고 윤재는 곤이를 찾아다니게 된다.


곤이의 얼굴은 멍으로 가득했다. 그 때 철사라는 인물이 곤이에게 윤재를 칼로 찌르라고 한다. 칼로 찌르지 못하는 곤이. 그 때 철사가 곤이에게 칼을 내밀었고, 그 칼은 윤재가 맞는다. 그리고 곤이는 울부짖는다.


나비의 날개를 찢던 날, 곤이가 내게 무언가를 가르치려다가 실패한 그날, 어스름이 내리던 무렵. 바닥에 짓이겨진 나비의 잔해를 닦아 내며 곤이는 몹시 울었다.
-두려움도 아픔도 죄책감도 다 못 느꼈으면 좋겠어..
눈물 섞인 목소리였다. 나는 조금 생각한 후에 입을 열었다.
-그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러기엔 넌 너무 감정이 풍부하거든, 넌 차라리 화가나 음악가가 되는 편이 더 어울릴걸.
곤이가 웃었다. 물기 어린 웃음을. - p.243
윤재는 병원에서 깨어나고 의식을 찾은 엄마와 만나게 된다. 그들의 눈에선 눈물이 흐른다.

✨Thinking
손원평의 장편소설로 추천받아서 읽게되었는데 너무 재밌어서 다음 내용이 계속 궁금했다.
처음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윤재라는 인물이 신기했고 한편으로는 이해하기가 어려웠는데 중간에 심박사와 대화하는 윤재를 통해 진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건 윤재가 아니라 우리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운 상황에 놓인 이들을 대하는 우리들의 자세와, 더불어 산다는 것을 생각해보게 되는 하루다. 더불어 산다는 것은 어려운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감정을 함께하며 도와주는 것이다. 더불어 산다는 것은 장애친구들의 느림을 이해하는 것이다. 더불어 산다는 것은 아픈 이들의 실수를 인정하고 너그럽게 받아주는 것이다. 더불어 살지만 더불어살지 않는 세상. 공감능력도, 일반감정도 결여된 세상같다.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도, 괴물로 만드는 것도 사랑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라고 작가는 마지막 말을 남긴다. 감정 표현 불능증인 윤재 곁에 사랑을 주는 가족이 있던 것처럼 곤이 곁에도 진짜 어른이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곤이 또한 다른 인생을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한 사람의 인격을 만드는데 사랑이 얼마나 필수요소인지 느낀다.
나아가 비행청소년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이 세상에 정말 필요한 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된 책이었다. 오래간만에 생각할 거리가 많은 좋은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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