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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채식주의자 / 한강 -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해석

by 뉴뉴로그 2025. 10. 24.

저자소개 - 한강

1970년 겨울에 태어났다. 1993년 『문학과사회』 겨울호에 시 「서울의 겨울」 외 4편을 발표하고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검은 사슴』 『그대의 차가운 손』 『채식주의자』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흰』 『작별하지 않는다』 소설집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노랑무늬영원』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등이 있다.
한국소설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이상문학상, 동리문학상, 만해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인터내셔널 부커상, 말라파르테 문학상, 김유정문학상, 산클레멘테 문학상, 대산문학상, 메디치상 외국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노르웨이 ‘미래 도서관’ 프로젝트 참여 작가로 선정되었다.

책소개

채식주의자 / 몽고반점 / 나무 불꽃 3개의 목차로 나뉜다.

채식주의자는 영혜의 이야기
몽고반점은 민호(형부)의 이야기
나무 불꽃은 인혜(언니)의 이야기

책 전체가 시간순으로 흐르며 각각 영혜, 민호, 인혜의 관점에서 서술된다.

채식주의자는 영혜가 육식을 거부하고 채식만 고집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영혜의 채식주의로 남편까지 고기를 먹지 못하게 되고 남편은 이를 친정에 알린다. 친정아버지는 가족 모임에서 고기를 먹지 않는 영혜의 뺨을 때리고 강제로 입을 벌려 고기를 먹이려 한다. 이에 영혜는 과도로 본인의 손목을 긋는다. 그렇게 영혜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병원에서 옷을 벗는 등 이상행동을 하며 1부 채식주의자가 끝이 난다.

 

처형이 달려들어 장인의 허리를 안았으나, 아내의 입이 벌어진 순간 장인은 탕수육을 쑤셔넣었다. 처남이 그 서슬에 팔의 힘을 빼자, 으르렁거리며 아내가 탕수육을 뱉어냈다. 짐승 같은 비명이 그녀의 입에서 터졌다 -p.60


몽고반점은 아내로부터 처제(영혜)의 엉덩이에 몽고반점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시작한다. 민호(형부)는 여자는 영혜, 남자는 후배 J로 하는 비디오 예술 작업, 남녀가 몸에 꽃을 그리고 성관계를 맺는 모습을 비디오로 녹화하고 J는 포르노 배우가 어떤 감정을 느낄지 알 것 같다며 중간에 나가버린다. 그 후 민호는 본인 몸에 꽃을 그리고 영혜에게 강제로 성관계를 시도한다.
다음 날 영혜의 집에서 눈을 떴을 때 식탁에 누워있는 아내를 발견하게 되고 아내는 비디오를 전부 보았다고 말하며 구급대를 불렀다고 말한다. 이때 베란다에서 알몸으로 서있는 영혜의 모습, 급한 구급대의 발자국 소리가 나며 2부 몽고반점이 끝난다.

마른 쇄골과, 누웠기 때문에 소년처럼 밋밋해 보이는 가슴, 드러난 갈빗대들, 관능 없이 벌어진 허벅지, 눈을 뜬 채 로 잠든 것 같은 사막 같은 얼굴까지. 그것은 구석구석 일체의 군더더기가 제거된 육체였다. 그는 그런 육체를, 육체만으로 그토록 많은 말을 하는 육체를 처음 보았다. -p.127

그가 그녀의 안으로 들어갔을 때, 짓무른 잎사 귀에서 흐르는 것 같은 초록빛 즙이 그녀의 음부에서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향긋하면서도 씁쓸한 풀 냄새가 점점 아릿해져 그는 숨을 쉬기 어려웠다. 절정의 직전에 가까스로 몸을 빼냈을 때, 그는 자신의 성기가 온통 푸르죽죽하게 물들어 있는 것을 알았다. 그녀의 것인지 그의 것인지 모를 싱그러운 즙으로 그의 아랫도리와 허벅지까지 시퍼런 풀물이 들어 있었다. -p.140


나무 불꽃은 이후 언니의 삶이 나온다. 처참하게 무너졌지만 동생을 챙기는 언니의 모습이다. 영혜의 면회를 간 언니는 나무가 될 거라며 이상 행동을 계속하고 음식을 거부하는 영혜를 보게 된다. 또한 코에 튜브를 넣으려고 하자 입에서 피를 토하는 영혜를 힘껏 끌어안는다. 그리고 큰 병원으로 옮겨지는 영혜와 그 옆에 있는 언니가 함께 있는 구급차를 배경으로 3부 나무 불꽃이 끝이 난다.

언니, 내가 물구나무서 있는데, 내 몸에 잎사귀가 자라고, 내 손에서 뿌리가 돋아서.•·••• 땅속으로 파고들었어. 끝없이, 끝없이•••·•• 응, 사타구니에서 꽃이 피어나려고 해서 다리를 벌렸는데, 활짝 벌렸는데••• -p.186

기차가 플랫폼으로 밀려들어오자 그녀는 더듬더듬 철제의자 뒤로 몸을 숨겼다. 그녀 안의 누군가가 자신을 그 단단한 차체 앞으로 내던질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 후 그녀가 보낸 사개월여의 시간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하혈은 이주쯤 더 계속되다가 상처가 아물며 멈췄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자신의 몸에 상처가 뚫려 있다고 느꼈다. 마치 몸뚱이보다 크게 벌어진 상처여서, 그 캄캄한 구멍 속으로 온몸이 빨려들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 -p.238

산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고, 그 웃음의 끝에 그녀는 생각한다. 어떤 일이 지나간 뒤에라도, 그토록 끔찍한 일들을 겪은 뒤에도 사람은 먹고 마시고, 용변을 보고, 몸을 씻고 살아간다. 때로는 소리 내어 웃기까지 한다. -p. 247


✨Thinking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작품이라하여 궁금했고, 너무 기괴하다는 평이 많아 망설여졌다. 나는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물론 기괴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런 글을 쓰는 한강 작가님의 표현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글을 읽으며 이런 문장들은 어떻게 다른 언어로 번역을 할까 이 문장들을, 이 느낌을 고스란히 번역을 할 수는 있는걸까 생각이 들었다. 나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 그의 연출들을 좋아하고 영화를 본 후에 내가 미쳐 발견하지 못했던 영화 해석을 보는 것을 즐긴다. 채식주의자가 나에겐 그랬다. 글의 연출이 너무 좋았고, 내가 발견하지 못했던 글의 의도를 다시 찾아보는 과정이 너무 즐거웠다. 이런 과정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 책이 기괴하다에서 끝날지 모르겠지만 나와 같이 숨은 의도를 찾는 것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분명 이 책을 좋아할 것이다.

* 해석 * 을 좀 알아보면
1️⃣ 채식주의자는 2000년대 초중반을 배경으로 써진 책이라고 한다. 영혜의 친정아버지와 남편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듯 굉장히 가부장적인 시대다. 이러한 가부장과 사회적 압박에 대한 저항이 바로 영혜의 채식주의로 표현된다.
2️⃣ 민호의 예술 행위도 결국엔 강제 성관계로 이어지는데 이 또한 폭력성을 나타내며 인간의 욕망을 나타낸다.
3️⃣ 인혜는 영혜의 고통을 바라보며 가족과 사회의 압력 속에 억압된 본인의 모습을 느낀다.
4️⃣ 또한 영혜의 나무가 되고자 하는 모습은 자유에 대한 갈망을 의미한다.

한국에서 노벨문학상이 나오다니, 정말 자랑스러운 일이다. 한강작가님께 축하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소장하기에 가치 있고, 한번쯤은 읽어봐도 좋을 듯한 작품이다.